Page 60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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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자는 노스님들이 짚고 다니는 기다란 지팡이다. 연극이나 영화
따위에서 산신령들이 짚고 다니는 그 지팡이 맞다. 육환장六環杖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주장자와 엇비슷한 길이인데, 육도를 떠도는 중생을 제도
한다는 의미에서 여섯 개의 쇠고리를 끄트머리에 달았다. 주장자나 육환
장이나 멋들어지긴 매한가지다. 보행을 돕는 도구이면서 큰스님으로서의
자부심을 돕는 도구다.
보시布施는 불교의 미덕이다. 내가 가진 것을 주면서 타인의 행복과
세상의 화합에 기여하라는 덕목이다. 굳이 불교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인류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종교라면 다들
권장하는 것이 보시다. 그래야만 부처가 되든 군자가 되든, 수준 높은 인
간이 된다. 그런데 조주는 보시를 거부하고 있다. 부처가 아니어도 좋다
면서, 큰스님으로 추켜세워지지 않더라도 좋다면서 말이다. 제아무리 윤
리적인 행동도 알량한 자존심과 명예욕의 소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
하는 것인가.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대중에게 사랑받을 만한 외모나
가창력이나 연기력을 갖고 있어야만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이 크고 뛰어나면 막대한 부를 벌어들일 수 있다. 유명
하지 않으면 소득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명성이란 것도 이해의 영역 안
에 있다. 남들에게 이해받을 만한 행동이 많아야 명성이 쌓인다. 남들에
게 이해받을 만한 행동이란 남들이 좋아하는 행동인데, 엄밀히 따지면 남
들이 ‘자기들도 하고는 싶은데 좀처럼 따라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연예인
이든 운동선수든, 그들의 결핍을 살살 긁어주고 그들의 열등감을 발판으
로 삼아서 스타로 군림하는 것이다. 동서양의 모든 종교적 계율에서 금욕
禁慾과 소식小食을 강조하는 까닭도 이러한 맥락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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