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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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은 적게 먹는 것을 싫어하고 성적 유희를 포기하지 못한다. 종교인들

            은 도덕적 능력을 꾸준히 계발함으로써 그들보다 우위에 서고 나름의 권
            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상은 온몸이 양파껍질 같아


               이렇듯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는 대표적인 자기애다. 인간은 타인들의

            지지와 존경을 끌어 모아 세상의 중심에 서려 한다. 남의 마음을 훔치려
            는 사기꾼이든 나아가 나라를 훔치려는 정치인이든, 마음의 속셈은 거기

            서거기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은 자기 자신만으로서 권력이 될 수 있지만,
            현실에는 없는 인물이다. 유약하고 한계가 분명한 존재인 인간은 최대한

            많은 타인들을 수하에 거느려야만 비로소 능력자가 될 수 있다. 남의 마
            음을 얻으려면 내 마음을 잘 숨기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한다. 끊임없

            이 지배하고 협박하고 관리해야 한다. 주기 싫은 데도 주어야 하고 갖고
            싶은 데도 갖고 싶지 않은 척 해야 한다. 고금의 권력자들은 대부분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시켜서 죽인다. 그러므로 조주는 부처가 되기
            전에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괜한 욕심으로 남에게 끌

            려 다니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 같다. 진짜 부처는, 부처가 되지 않아도 좋
            다는 자이다. 스스로 족할 뿐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이해받고 싶어서 기를 쓰고 이해하려 했다. 이용을 당해서라도 이해
            받고 싶었다. 이해받지 않아도 되는 자는 쓸데없이 이해하지 않았다. 상

            대가 나의 이권이거나 최소한 희망이어야만, 그를 이해하려고 했다. 인정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려고 머리를 싸맨 까닭 역시 아마도  세상

            을 갖고 싶어서였고 부리고 싶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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