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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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있다. 그밖에도 미추왕과 죽엽군 조와 진덕왕 조에도 언급되고
있다. 나아가 김유신이란 타이틀로 전개되는 김유신 조의 수록 위치는 진
평왕과 선덕·진덕왕의 뒤, 태종의 앞자리로 왕들의 이야기 사이에 놓여
있다. 이는 『삼국유사』와 쌍벽을 이루는 『삼국사기』에서도 열전 10편 가
운데 3편을 차지하듯 삼국 시기 김유신의 역사적 비중이 크고 자료 또한
풍부한 까닭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분량과 빈도 면에서 김유신 만큼 일
연 스님의 사랑을 받은 인물도 아마 없을 것 같다.
「기이편」 김유신 조에 보면, 18세 때 국선國仙이 되었는데, 낭도 가운데
백석白石이란 자가 있어 김유신이 고구려와 백제를 정벌하려고 밤낮으로
계획하고 있을 때 마치 토끼의 간을 취하기 위해 토끼를 유인하던 별주부
처럼 먼저 그곳을 정탐한 뒤에 일을 도모하자는 제의를 한다. 김유신이
옳다 여기고 백석과 함께 길을 떠나는데, 도중에 세 여인과 함께하게 되
었다. 그런데 여인들은 백석을 떼어놓고서는 문득 신神의 모습으로 나타
나 김유신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호국신으로 지금 적국 사람이 당신을
유인해 가고 있으니 당신을 가지 못하게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오.”라고
하였다.
전생과 현생, 죽은 후 사건까지 망라
이에 가던 길을 돌아와 백석을 고문하여 실정을 듣는 과정에 김유신의
전생이 드러난다. 즉 김유신은 전생에 추남楸南이라는 고구려의 점쟁이로
서 국경의 하천물이 역류한 원인이 왕의 부인이 음양의 도를 거스른 까닭
이라 말하였는데, 이 때문에 왕비의 노여움을 사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죽은 후에 장군이 되어 반드시 고구려를 멸망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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