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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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로 극락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이른바 사바고해
娑婆苦海인 까닭에 그 양변을 여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중도를 정등각하였다.”고 선언하신 것은 바로 그 모든 양
변을 버렸다는 말씀입니다. 곧 나고 죽는 것도 버리고, 있고 없는 것도 버
리고, 악하고 착한 것도 버리고, 옳고 그른 것도 모두 버려야 합니다. 그
렇게 모두 버리면 시도 아니고 비도 아니고,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유
도 아니고 무도 아닌 절대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렇듯 상대의 모
순을 모두 버리고 절대의 세계를 성취하는 것이 바로 해탈이며 대자유이
며 성불인 것입니다.
모든 대립 가운데에서도, 철학적으로 보면, 유有 무無가 가장 큰 대립
입니다. 중도는 있음[有]도 아니고 없음[無]도 아닙니다. 이것을 비유비무
非有非無라고 하니, 곧 있음과 없음을 모두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서 다시 유와 무가 살아납니다[역유역무亦有亦無]. 그 뜻을 새겨 보면 이러
합니다. 곧 3차원의 상대적인 유와 무는 완전히 없어지고 4차원에 가서
서로 통하는 유무가 새로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유무가 서로 합해집
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무가 합하는 까닭에 중도라 이름한다[有無合故名爲中道].”
불생불멸의 원리에서 보면 모든 것이 서로서로 생멸이 없고, 모든 것
이 서로서로 융합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고, 모든 것이 무애자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
이 곧 있는 것이다[有卽是無, 無卽是有].”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내용을 그 다섯 비구에게 설법하니 그들은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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