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P. 18
시일 안에 곧 깨달음을 성취하였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초전법륜입니다.
이렇듯이 초전법륜의 근본 골자는 중도에 있습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완전히 버리고, 옳음과 그름을 버리고, 있음과 없음을 버린다고 해서 아
무것도 없는 허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구름이 완전히 걷
히면 밝은 해가 나오는 것과 같아서, 거기에는 광명이 있을 뿐입니다. 유
와 무를 완전히 버리면 그와 동시에 유와 무가 서로 통하는 세계, 곧 융통
한 세계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눈을 감은 세계에서는 있고 없음이 분명히 상대가 되어 존재하지만,
눈을 뜨고 보면 유와 무, 곧 있고 없음이 완전히 없어지는 동시에 유와 무
가 완전히 융합해서 통하게 됩니다. 이렇듯 중도의 세계란 유·무의 상대
를 버리는 동시에 그 상대가 융합하는 세계를 말합니다. 양변을 버리는
동시에 양변을 융합하는 이 중도의 세계가 바로 모든 불교의 근본 사상이
며, 그리고 대승불교 사상도 여기에 입각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다[一卽一切 一切卽一].
『화엄경』에서 말하는 이 사상도 중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나와 일체
라는 것은 양변입니다. 하나와 일체를 버리면 그것이 바로 중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하나가 되는 것입
니다. 이것이 화엄사상이며 곧 불교 전체의 사상인 것입니다. 『법화경』이
나 『화엄경』에서 제법실상諸法實相이나 원융무애圓融無碍한 일진법계一盡法
界를 말한 것은 모두 중도에 입각해 있는 사상입니다.
대승경전이 시대적으로 보아서 부처님이 돌아가신 지 몇 백 년 뒤에
성문화된 것이라고 하여도 그 근본은 부처님의 사상 그대로인 것입니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