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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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에는 언제나 백호광이 빛나도다                        眉間常燭白毫光

              티끌 마음 잠시라도 놓으면 곧바로 왕생하여                   塵心暫放能超入
              일미인 제호를 곧바로 맛보리라.                         一味醍醐下口甞



              아미타불의 금색 원만상의 미간 백호광은 중생의 무명을 없애주려는 듯

            언제나 찬란한 빛을 발한다. 하여 잠시라도 번뇌의 티끌[마음]을 내려놓으
            면 즉시 왕생하여 오직 한맛인 ‘성불’이라는 최상의 감로차[제호醍醐]를 맛볼

            수 있음을 설하고 있다.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여 부처님 국토에 왕생하
            기를 원하는 마음을 항상 지속할 때의 마음을 ‘염불심’이라 한다. 다음의 시

            는 세외지심世外之心으로 살아가는 성총의 염불 행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인연 따라 처소 따라 스스로 편안하며                       隨緣隨處自安閑
              나무아미타불 염송하며 박산향로 마주하네        口誦南無對愽山

              창에 비치는 저녁 햇살 물거울에 젖어들고        日晏窓明涵水鏡
              비 내린 후 푸른 봉우리에 푸른 연기 어울리네.   雨餘峯翠理烟鬟



              “인연 따라 처소 따라 스스로 편안”하다는 것은 분별심을 떠난 경지를

            말해준다. 분별심을 여읜 화자는 비 내린 고즈넉한 저녁, 박산향로를 마
            주하며 염불삼매에 빠져 있다. 박산은 바다 위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전

            설상의 산이다. 박산이 부조된 향로에서 피어오른 한 줄기 향은 석양에
            물든 산봉우리를 엷게 물들인 푸른 연기와 비슷하다. 탈속한 산승의 염불

            하는 모습, 박산향로의 한 줄기 향, 그리고 비갠 뒤 산봉우리에 피어오른
            푸른 연기는 실로 한 폭의 동양화이다. 이러한 정경의 이미지는 곧 성총

            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성총의 미타행자로서의 삶은 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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