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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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끝낸 후에 몇 모금의 차로 정신을 맑히는 데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바위 여울에 비 내리니 패옥의 울림 있고                 岩溜雨添鳴珮玦

                골짜기 솔바람 소리 풍류가락처럼 들리네                  壑松風颭聽鉤韶
                아미타불 염송을 마치고서                          彌陁念誦纔休罷

                떠온 물로 차 달여 몇 모금 들이키네.                  汲水煎茶飮數瓢



             화자는 바위 여울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패옥[귀걸이]의 울림인 듯하고,
           골짜기의 솔바람 소리가 천상의 선율인 듯 염불소리와 더불어 유장하게

           흐르는 것으로 감응한다. 그리고 선정에서 깨어나듯 아미타불 염송을 마
           친 화자는 솔향기 그윽하게 스민 계곡물로 차를 달여 마신다. 즉, ‘조주의

           차’가 부럽지 않은 청정명다淸淨茗茶로 선정에 드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성총은 이행문易行門의 가르침이 있으니 오랜 세월 동안 고생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염불수행에 힘써 다음 생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생에서 왕
           생하기를 권하고 있다.



                보배 나무 바람 이니 온갖 음악 울려 나고     風鳴寶樹千般樂

                황금 연못에 향내 퍼지니 무성한 연꽃 피네    香散金池百葉花
                세인들에게 받들어 권하노니 예념에 힘써    奉勸世人勤禮念

                이생에서 꼭 도달하여 어긋나지 않도록 하세. 此生須到莫蹉跎
                숲에는 염불하는 가릉빈가 날아다니고                    林飛念佛頻伽鳥

                바람 불면 수레바퀴 같은 연꽃이 향기를 풍겨 오네  風動如輪菡萏香
                이치는 본래 생사가 없거늘 어찌 가고 옴이 있으리  徃理本無生安有

                그대가 돌아가고자 한다면 공연히 바빠지리라.               君須歸去即奔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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