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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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서방정토의 아미타불과 상서로운 광경에만 마음 뺏기지 말고,
또한 아무리 연꽃 향기가 그윽하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을 관조할 것을 설
파하고 있다. 생사란 본래 따로 있지 아니하여 찰나 멸하고 찰나 생하는
그 마음속에 달려있는 것, 생사의 분별심을 떠나고 나면 가고 옴이 어찌
있을 것이며 서방정토는 어디에 있을까? 하여 화자는 “그대가 돌아가고
자 한다면 공연히 바빠지리라”며 분별심을 버리고 내 마음속의 정토를 찾
으라고 설하고 있다.
하늘에선 밤낮으로 하늘 꽃비 내려오고 空中晝夜天華雨
귓가엔 시시때때 설법 음악 떠들썩해 耳畔時常法樂豗
부처님 찬탄하시는 소리 진실로 간절하니 我佛讃揚誠苦口
중생들 어찌 귀의하지 않으리. 眾生安得不歸哉
남녀와 노소도 분별하지 않는데 休論老幼并男女
어찌 존비와 빈부를 가리겠는가 豈揀尊卑與富貧
재삼 다짐하노니 정녕코 다른 교설 없네 三復丁寧無別說
아미타불 한 구절이 왕생하는 인연 되네. 彌陁一句徃生因
서방정토에 계신 아미타불은 자금색 단정한 모습으로 중생들을 기다리
고 있다. 한없는 보배로운 빛이 중중무진으로 펼쳐지지만 부처님의 상호에
서 빛나는 백호 빛은 그중에서도 뛰어나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남녀노소,
존귀와 비천함,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귀의하지 않고 사바세계
를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왕생의 인연을 맺는 것은 오직 하나 ‘아미타불’일
뿐, 정녕코 다른 교설은 없다고 설한다. 성총의 이러한 정토관은 연못에 피
는 백련은 끝내 물든지 않음을 역설하는 시에서 명징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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