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P. 126
참된 법에 도취된 마음으로 의혹의 그물 없애고 醉心眞法除疑網
두 손 모은 높은 담론으로 오만한 기를 꺾는다네 拜手高論折慢幢
연못 위의 백련은 끝내 물들지 않으니 池上白蓮終不染
이생에 저 피안을 넘으면 이름 짝할 자 없어라. 此生超彼號無雙
화자는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실 듯 탕탕 무애하여 금방이라도 일대
활로一大活路를 열어 보일 듯한 선문보다, “저 피안을 넘으면 이름 짝할 자
없다”며 의혹의 그물을 없애는 ‘참된 법’인 정토문이 훨씬 더 수승함을 역
설하는 압권의 시이다. 한편, 성총은 조사들 모두가 정토로 귀의한다는 정
토로써 선을 섭수하는 정선불이淨禪不二의 경향을 숨김없이 나타내고 있다.
흐르는 물 향기로운 차는 참된 도의 맛이고 活水香茶眞道味
파란 하늘 밝은 달이 우리 절집 가풍이라 靑霄白月是家風
선의 길 외에 다른 한 길 별도로 열어 보이니 別開一路禪乘外
조사마다 모두가 정토에 귀의하네. 祖祖皆歸淨土中
선가에서 흐르는 물과 향기로운 차는 참된 도의 맛이라 했고, 파란 하
늘의 밝은 달 역시 깨달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깨달음을 향한 선
수행 외에 다른 한 방편 별도로 열어 보인 것이 정토문이다. “조사마다
모두가 정토에 귀의”한다는 언급에서 보듯이, 젊은 시절 탕탕 무애한 선
지로 구도와 깨달음을 추구했던 성총은 자성미타 유심정토의 입장에서
나이 들어 정토를 우위에 두고 선문을 받아들이는 ‘정선불이’의 수행관으
로 나아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