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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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덕들을 만나 대법對法을 즐겼다. 그가 조주성의 관음원觀音院에 짐을
풀고 후학을 제접한 것은 나이 80세 때였다. 이 문답은 그가 관음원에 주
석하고 있을 때 이루어진 것이다. 한 스님이 조주 선사에게 그 유명한 남
전보원 선사의 문하에서 직접 선사를 뵙고 법을 이어받은 게 사실이냐고
묻는 내용이다. 선사는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는 직접적인 답변 대신 “진
주에서는 큰 무가 나오지!”라는 일상적인 화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진주는
관음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로 무로 유명하다. 얘기인 즉 조주 선
사에게 묻는 스님의 관심은 남전보원이 아니라 조주 선사에게 있다. 당신
이 남전에게 법을 이어받을 정도로 큰스님이냐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에 조주 선사는 “진주에서는 큰 무가 나오지!”라고 응대했다.
명장의 조련술
명장 밑에 오합지졸은 없다. 훌륭한 명장은 어느 상황에서라도 허둥대지
않도록 병사들을 잘 조련한다. 지략과 계책이 이미 병사들의 몸에 잘 훈습
돼 있으니 명장의 지도력은 언제나 빛을 더한다. 조주 선사는 당신이 어떤
인물이라는 걸 ‘진주에서 나오는 큰 무’로 빗대 표현하고 있다. 즉 진주에서
나는 큰 무처럼 남전보원의 제자들이 대부분 큰 선승들이라는 의미다.
누구에게 사사 받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스승의
인품과 사상이 후대의 가풍을 이루기 때문이다. 조주 선사는 이를 ‘진주
의 큰 무’로 비유해 이해를 돕고 있다. 진주의 큰 무라고 하면 지역의 유
명한 특산물이다. 상품가치가 커 누구나 신뢰한다. 굳이 현물을 보지 않
고서도 구입하는 것이 지역의 유명한 특산물이다.
우리나라에도 각 지방마다 특산물이 있다. 유명한 것을 골라 몇 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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