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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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정보를 체득해 아는 증지證智의 뜻이다. 상분이 단풍이라는 객관 대상
이라면 견분은 그것을 반영하는 안근의 작용이다. 그 때 자증분은 안근에
맺힌 정보와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있는 단풍에 대한 상像을 찾아내 두 정
보를 비교하고 검증하여 단풍으로 인식하는 것이 자증분의 역할이다.
넷째 증자증분證自證分은 자증분의 활동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작용을
말한다. 여기서 증은 증지이고, 자증은 자증분이므로 자증분의 작용을 거
듭 인지하는 것이다. 증자증분은 견분이 이해한 정보와 자증분에 저장된
정보를 비교하고 점검하여 최종적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증자증
분의 단계를 거치면서 단풍은 기쁨도 슬픔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조락의 계
절을 느끼거나 우수에 젖는 정신적 작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증자증분은
학자들에 따라서 필요 없다는 입장과 필요하다는 입장 등으로 나눠진다.
자증분과 증자증분의 차별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의 사분설에서 상분은 소연所緣이 되는 객관이고 나머지는
모두 마음의 주관적 작용이 되는 능연能緣이다. 이렇게 보면 단풍과 낙엽을
보고 느끼는 감상은 단지 어떤 대상을 보고 느끼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
라 대상과 마음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대상은 소재일 뿐
이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주관의 작용이다.
대상의 세 가지 성질[三類境說]
사분설이 인식작용을 구분한 교설이라면 삼류경설三類境說은 사분설
가운데 객관대상인 상분相分의 성격을 세 가지로 분류한 교설이다. 삼류
경설에 대한 내용은 현장이 번역한 『성유식론』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대신 규기窺基나 혜소慧沼의 논소 등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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