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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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은 삼류경설은 인도 유식학에는 찾아볼 수 없는 법상종의 고
유한 교설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장이 스승 계현戒賢으로부터 전
수받아 정리하거나 스스로 창안한 학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 유식학에
서는 성경, 독영경, 대질경 같은 명칭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
만 성철 스님은 비록 그런 명칭은 없었지만 삼류경설에 해당하는 기본개
념은 인도의 논사들에 의해 이미 논의되었다고 지적한다. 유식학의 교의
에 따르면 식체識體가 변하여 주관인 견분과 대상인 상분으로 현현한다.
여기서 견분과 상분이 같은 종자에서 생겨나는지, 다른 종자에서 생겨나
는지에 대한 세 가지 견해가 등장하게 된다. 첫째 상견별종설相見別種說로
상분과 견분이 서로 다른 종자에서 생겨난다는 설이고, 둘째 상견동종설
相見同種說로 주관과 객관이 같은 종자에서 생겨난다는 설이고, 셋째 상견
혹동혹이설相見或同或異說로 상분과 견분이 어떤 때는 같은 종자에서 어떤
때는 다른 종자에서 생겨난다는 설이다.
이런 세 학설을 삼류경설과 대비하면 맥락이 일치하는 대목이 나온다.
즉 주관과 객관이라는 서로 다른 종자로부터 생기는 상분은 성경이고, 주
관이라는 같은 종자에 의해 생기는 상분은 독영경이며, 대상을 왜곡해 받
아들이는 대질경은 혹은 같은 종자에서 혹은 다른 종자에서 생기는 상분
에 각각 해당한다. 삼류경설은 어떻게 대상을 인식해야할 것인지, 어떤
인식이 잘못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가짜뉴스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있
다고 주장함으로 독영경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있는 사실이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미를 왜곡하고 변질시킨 정보는 대질경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독영경과 대질경에 의해 마음이 오염되
어 여실지견하지 못하고 미망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성경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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