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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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기傳法寶紀』·『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 등의 소위 북종을 정통으로 간주

           하는 전등사서였다.
             그러나 8세기 중반에 남북의 정통문제가 일단락된 이후 8세기 후반부

           터는 남종을 정통으로 하는 『단경壇經』·『조계대사전曹溪大師傳』을 비롯한
           『보림전寶林傳』과 『조당집祖堂集』 등으로 계승되는 소위 남종을 정통으로

           간주하는 전등사서가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특히 송대에는
           임제종을 비롯하여 법안종과 운문종 등에서 자파를 중심으로 하는 전등

           사서가 널리 출현하면서 고승전류와는 다른 일군의 선종문헌을 형성하였
           다. 이들 전등사서류에는 단순히 행장만이 아니라 그 법어가 함께 수록되

           어 있기 때문에 선어록의 종합적인 면모가 드러나 있다. 따라서 전등사서
           는 대부분 개인보다는 통시적인 수많은 선자에 대한 기록으로서 보편적

           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선어록의 출현     당대 말기 마조도일과 석두희천의 계통에서 선풍이 크
           게 전개되었다. 소위 호남의 석두종에 대해서는 진금포眞金鋪라 하였고, 강

           서의 홍주종에 대해서는 잡화포雜貨鋪라 불렀던 것도 그 결과였다. 그들에게
           선의 사상과 수행법과 전법교화를 전승한 주요 수단은 대개 선어록이 담당

           하고 있었다. 선어록은 선자의 언행록인 까닭에 문하의 수행자들에 대한 훈
           계 곧 시중示衆과 상당上堂 및 행장行狀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어디까

           지나 그 중심은 다른 선자와 주고받은 법거량法擧量 및 제자와 주고받은 선
           문답禪問答 등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 경우에 문답은 소위 선문답의 모습으

           로 이미 당대 초기부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좌선과 염불 등 집
           단적인 수행에서 학인은 조실을 방문하여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 보이는데

           그 때 스승은 갖가지 질문을 통하여 납자의 경지를 확인하고 점검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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