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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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지보살은 법운지法雲地보살이라 하여, 법문을 할 때는 온 천지에 구

            름이 덮이고 비가 쏟아지듯이 그렇게 법문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그렇
            지만 견성, 즉 자성을 보는 것은 비단으로 눈을 가린 것 같다는 말이니,

            비단으로 눈을 가렸는데 어떻게 물체를 바로 볼 수 있겠습니까.
              이렇듯 대승불교의 총론總論이라고 할 수 있는 『대승기신론』에서는 보

            살지가 다 끝난 구경각을 견성이라 했고, 부처님 최후의 법문인 『열반
            경』에서는 견성이 즉 성불이고 성불이 즉 견성인데 십지보살도 견성 못

            했다고 하였고, 유식종唯識宗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인 『유가사지론』에서는
            불성을 보는 것은 구경지보살도 어두운 가운데서 물건을 보는 것과 같

            다 하였고, 종문의 조사인 운문 스님은 십지보살도 견성하지 못 했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선禪과 교敎를 통해 어느 점에서 보든지 간에 견성이 바로 성
            불이며, 그것은 보살수행의 십지와 등각을 넘어서 구경각을 얻어야 하

            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십지는 고사하고 삼현三賢도 아닌
            단계, 비유하자면 층층대의 맨 꼭대기가 견성인데 그 첫째 계단에도 올

            라가지 못하고 견성했다고, 도통道通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견성해서 다
            시 성불한다고 하니 대체 그 견성은 어떤 것인지, 이것이 요새 불교 믿

            는 사람의 큰 병통病痛입니다.
              그렇다면 이 병은 어디서 온 것인가 하면 보조普照 스님이 지은 『수심

            결修心訣』에서 비롯됩니다. 거기에 돈오점수頓悟漸修라 하여 자성을 깨치
            는 것을 돈오라 하고, 돈오한 후에 오래 익힌 습기習氣를 없애는 점수漸

            修를 닦아야 한다고 하였고, 그 돈오한 위치가 보살의 수행 차제次第의
            십신초十信初에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보조 스님은 중국의 규봉圭峰 스님의 사상을 이어받아서 돈오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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