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P. 19

밖에서 볼 때는 잠을 자는 것 같지만                外似現睡,

              실지는 잠을 자지 않는다.                      實無睡也.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어도 정신 상태는 항상 밝아 있어 조금도 변
            함이 없다는 말입니다. 항상 밝아 있는 정신 상태가 올 것 같으면 8지 보

            살 이상, 즉 자재위自在位라 합니다. 그런데 자재위에는 두 종류가 있어
            서 깊은 잠, 즉 숙면에서 일여하여도 아뢰야식의 미세한 망상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8지 이상의 자재보살이고, 그 미세망상까지 완전히 다 끊어
            져 버리면 그때에는 진여眞如가 드러나고 그것이 견성이고 부처님입니

            다. 그때는 여래위如來位라 합니다.
              불교에서 수행하여 공부하는 단계를 보면 첫째 동정일여動靜一如, 즉

            일상생활에서 가고 오고 할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말을 하거나 안 하
            거나, 변함없이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여여불변如如不變하여야 합니다.

              동정일여가 되어도 잠이 들어 꿈을 꾸면 공부는 없어지고 꿈속에서 딴
            짓 하며 놀고 있는데, 꿈에서도 일여한 것을 몽중일여夢中一如라 합니다.

              몽중일여가 되어도 앞에서 말했듯이 잠이 깊이 들면 아무것도 없습니
            다. 잠이 푹 들었을 때에도 여여한 것을 숙면일여熟眠一如라 합니다.

              숙면일여가 되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나아가야 합니다. 백
            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된다 말입니다. 그리하여 깨쳐

            야만 그것이 실제 견성입니다.
              그런데 참선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숙면일여는 고사하고, 몽중일여

            도 고사하고, 더구나 동정일여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견성했다, 깨쳤다
            고 인정해 달라고 나한테 온 사람만도 수백 명은 보았습니다. 이것도 병

            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무엇인가가 정신을 확 덮어 버립니다. 그때에



                                                                        17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