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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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깨친 것 같고 자기가 부처님보다 나은 것 같고, 조사 스님보다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그런 병이 있습니다. 이 병에 들게 되면 누구
           말도 귀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설명해 주면 어떤 사람은

           잘못된 줄 알고 다시 공부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 병을 한동안 앓는 경
           우도 있습니다.



             어느 젊은 스님이 불교를 믿고 참선한다는 처사들 모임에 갔더라고

           합니다. 약 백여 명 모인 처사들 가운데 90명이 견성했다는 것입니다.
             “이럴 것이 아니라 해인사 큰스님께 가서 한번 물어보시오.”

             “뭐, 큰스님이니 작은 스님이니 물어볼 것 있습니까.”
             큰스님, 작은 스님이 소용없다니, 그렇게 되면 부처님도 소용없습니

           다. 이리 되면 곤란합니다. 좀 오래 전의 일입니다.
             70세 남짓 된 노인이 한 사람 찾아왔습니다. 그때에도 3천 배 하고서

           내 방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 오려 했는
           데 주위 사람들이 하도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합니다.

             “나이가 70이나 되면서 옆의 사람이 가보라 한다고 쫓아왔단 말이오.
           자기가 오기 싫으면 안 오면 그만이지, 대체 무슨 일로 옆에서 그렇게

           권했소?”
             “내가 40여 년을 참선을 하는데 벌써 20년 전에 확실히 깨쳤습니다.

           그 후 여러 스님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봐도 별 수 없어 이젠 찾아다니지
           도 않는데, ‘성철 스님께 가보라’고 하도 이야기해서 할 수 없이 찾아왔

           습니다.”
             “그래 어쨌든 잘 왔소. 들어보니 노인은 참 좋은 보물을 갖고 있네요.

           잠깐 앉아 있는데 모든 망상이 다 떨어지고 몇 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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