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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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나 장자의 ‘소요逍遙’ 개념 등을 빌어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이해하던 시
기이다. 본의불교는 불교 사상이 본격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시기로서,
예컨대 『금강경』의 공 사상과 같이 공에 대한 연기적 의미가 분명하게 이
해되는 불교다운 불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종착점이라고 할 중국불교는 원래의 인도불교와는 아주 다
르게 중국인, 다른 표현으로는 동양인의 세계관에 맞추어 새롭게 창조된
불교이다. 중국불교는 인도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천 년간의 시행착오 끝
에 성공적으로 ‘중국화한 불교’를 가리킨다. 중국화하였다는 것은 더 정확
히 말하자면 동아시아 불교화되었다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아
시아 불교, 또는 중국 대승불교라고 부르는 수당 시대의 천태 불교, 화엄
불교, 선 불교가 대표적인 중국불교에 해당된다.
불교 수용의 세 단계
불교의 전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의탁 → 격의 → 본의라는 과정은
불교뿐 아니라 문화와 문화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기본적으
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의탁依託은 상대 문화의 어떤 것을 나의 문
화의 어떤 대상과 같다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인도불교가 처음 중
국에 들어왔을 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처음 만나는 생소한 ‘불교’ 사상
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도교의 한 유파에 속한다고 이
해하였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불교의 다양한 경전들 중 특히 수행을 위한 호
흡법 등을 논의한 『안반수의경』 등이 처음으로 중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우
연도 이러한 이해에 한 몫을 하였다. 도교의 기본 수행 방식이 호흡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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