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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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 불교를 불교 그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쪽 문화권의 유사한 사
상과 연관되어 해석되므로 진정한 이해가 아닌 오해하는 일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오해는 또한 매우 창조적이어서 진정한 이해에 도
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상대 문화권의
사상을 본래의 뜻 자체로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
다. 그러나 어쨌든 상이한 상대 문화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격의의 시기를 거쳐야 하고, 이 격의불교 시기를 거친 뒤 불교는 본래
의 불교로 이해되는 본의本義불교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격의불교 사상
이 비합리적이고 원래의 뜻에서 벗어난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불교 본연
의 사상을 주장한 사람이 도안(道安, 312-385)과 승조(僧肇, 384-414)이다.
이들은 격의불교를 비판하고, 불교에서의 진정한 의미의 공空을 이야기
한 뒤로 중국은 본의불교 시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중관 불교가 등장하
고 『금강경』 등 ‘반야종 불교’가 흥성하게 된 시기가 바로 본의불교 시기
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국불교 시대라는 새로운 창조의 시대에 도달하게
된다. 수, 당 시대의 대표적인 불교인 천태 불교, 화엄 불교, 선 불교가
바로 대표적인 사상이다. 불교가 처음 중국에 도입되고 난 뒤 거의 천 년
의 시간이 걸려서 오해의 과정(격의불교), 진정한 이해의 과정(본의불교), 그
리고 마침내 창조의 과정(중국불교)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 단계에서 불
교는 중국에 처음 전래된 인도불교와는 전적으로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
고, 이는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부
분은 우리가 중국 근대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므로,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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