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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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격의’의 이해 과정을 거쳐서 결국 군자는 서양 문화에서 의탁이나
격의로써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번역 불가능하고 매칭matching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군자’는 번역
이나 매칭이 불가능하고 군자라는 본래의 뜻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여겨져서 ‘쥔쯔junzi’라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격의불교, 본의불교, 중국불교
불교 역시 의탁불교 시대가 지난 뒤, 도가 사상을 활용한 격의불교 시
대에 접어들었다. 불교의 ‘공空’은 사실은 ‘연기緣起’의 의미인데, 공이라는
중국어 글자가 텅 비어 있다는 뜻이므로 비었다empty라는 뜻으로 오해되
고, 따라서 도가의 핵심적인 용어인 ‘무無’로 해석되는 시기를 거치게 되었
던 것이다. 위진 시대 6가7종의 시대가 바로 이 시기이다. 『반야경』, 『유마
경』 등에서 나오는 불교의 공空 사상이 노자나 장자의 무無 사상과 유사하
다고 받아들인 대표적인 최초의 인물은 지둔(支遁, 314-366)이다. 그는 동
양 문화권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개념 중 하나로서 본래 우주적 질서
또는 자연적 계절의 의미였던 리理에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
하였다. 이를 계기로 외래 문화인 불교가 중국에 수용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 격의불교의 대표자라고 할 인물인 축법아(竺法雅, 4C)는 공을
물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비유비무) 일체의 분별을 초월하
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또다른 격의불교 사상가인 지민도는 만물이 공
인지 공이 아닌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공을 마음이 만물에 집착하지 않
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이 격의불교 시기는 ‘창조적 오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법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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