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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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불교는 완전히 새로운 철학이고 도교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을 점차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르기는 하지만 불교 사상이 도가 사

            상과 유사하므로, 도가 사상에 의거하여 불교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格義가 등장하게 된다. 한 문화권에 없는 완전히 상이한 것이 다른 문

            화권에 들어올 때, 다른 문화권의 유사한 대상과 연관하여 이해하려는 방
            식이다.

              유학의 한 개념을 예로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유학에서는 벼슬자리에
            있으면서 정치를 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부른

            다. 이 군자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동시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물로서,
            지위가 낮고 인격적으로도 부족한 ‘소인小人’이라는 개념과 대치되는 대상

            이다. 그런데 이 군자라는 개념은 서양 문화권에서는 동일한 대상이 없으
            므로, 유학이 서양 문화권에 소개될 때 할 수 없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비

            슷하다고 여겨지는 ‘gentleman’(젠틀맨= 신사)이라는 개념을 매치하여 소
            개되었다. 이후 서양 문화권에서는 그 개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good

            man(훌륭한 사람)’, ‘superior man(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석하기도 하
            였다. 이러한 이해 방식이 일종의 격의格義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 사회에서 ‘gentleman’이란 봉건제 사회에 기초한 신분을
            가진 계층이고, 영주 부인 등에 대한 충성, 친절 등 문화적 개념이 덧붙여

            진 복합적인 것이므로, 동양의 군자 개념과 바로 연결시키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서양 봉건제는 동양의 전제주의와 전혀 성격이 다르고, 중국

            한대漢代 이래 삼강오륜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고 ‘남녀칠세부
            동석’을 보편적인 윤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문화 풍토에서 영주 부인 등에

            충성을 표현하는 젠틀맨이라는 개념은 결코 군자와 같은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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