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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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제를 쌍으로 비춘다’는 말은 진속이 서로 통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2
제, 진眞과 속俗이 서로 합하고 선과 악이 서로 합합니다. 서로 융합한다
는 말입니다. 결국 차별적인 선악이나 유무의 양변을 완전히 초월하는 동
시에 이것이 완전히 융합하는 것을 중도라 하며, 이것이 원교圓敎이고, 이
것이 일승이다, 그 말입니다.
천태 스님 말씀은 『법화경』 위주인데, 『법화경』의 ‘제법실상諸法實相’이
란 것은 ‘현실 이대로가 절대絶對’라는 말로, 이것은 그 원리가 어느 곳에
있느냐 하면, 현실의 모든 차별적 양변을 완전히 떠나서 양변이 서로 융
합한다는 말에 있습니다.
그러면 ‘차遮’와 ‘조照’라 하는 말, 양변을 초월한다[遮]와 양변이 서로 통
한다[照], 라는 이것이 어떻게 다른가? 양변을 여읜다, 초월한다는 이 말
은, 비유를 하자면 하늘에 구름이 꽉 끼어 있어 해가 안 보이지만 구름이
확 걷히면 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말과 같습니다. 양변을 초월한다는 말
은 ‘구름이 걷힌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양변이 서로 통한다 하는
것은 ‘해가 드러났다’ 이 말입니다. ‘구름이 걷혔다’ 하면 으레 ‘해가 드러
났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 ‘해가 드러났다’고 하면 ‘구름이 걷혔다’라는 말
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와 ‘조’가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쌍차쌍조雙
遮雙照, 쌍으로 걷히고 쌍으로 초월하고! 쌍으로 비추고 쌍으로 통하고!
쌍으로 통한다 하는 것은 초월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일승원교, 중
도라 하는 것은 모든 차별을 초월하고 모든 차별들이 원융무애하여 서로
융통자재한다, 이 말입니다. 이런 세계를 일승원교라 하는 것입니다. 그
리고 일진법계라 하는 것은 모든 것이 다 평등하여 전부 진여眞如뿐입니
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융통자재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무애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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