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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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잠시라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색깔이 다른 대소승이 왜 이곳

            에 등장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교류, 화폐 그리고 그리스 신



              동서 교역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고대 경제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했
            던 곳이 서북인도라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서북인도에서도 도시학

            의 의미로 보나, 경제교류의 의미로 보나, 문화학의 의미로 보나 간다라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 근거는 간다라에서 발견되는 화폐를 들 수 있다.

              간다라에서 발견된 화폐(사진 2)에는 그리스 신의 모습이 종종 발견되는
            데, 대표적으로 제우스Zeus, 헤라클레스Herakles, 아테나Athena, 아르테미

            스Artemis, 승리와 평화의 신Victory and Peace Deities, 에로스Eros, 아폴로
            Apollo, 헬리오스Helios, 유로파Europa, 팬Pan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화폐를

            신의 모습으로만 채운 것은 아니다. 그리스어, 간다리어, 산스크리트어,
            카로슈티어, 브라흐미어 등의 글자도 볼 수 있고, 남성 혹은 여성의 인물

            상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화폐를 살펴보는데 있어 인물, 글자는 그렇게까
            지 매력적이지 않다. 적어도 ‘간다라’에서 발견된 화폐라면 말이다.

              서북인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리어 그리스 신의 모습을 볼 수 있
            다는 것이 더 매혹적이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화폐 발견 장소가 그들

            의 고향인 그리스가 아닌, 말 그대로 서북 ‘인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리스 신들이 이곳까지 온 데에는 알렉산더의 침략이 그 원인일 것이다.

            침략을 통해 서북인도에 정착한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신神을 함께 모셔
            와 그리스에서 하던 대로 신상神像을 존숭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살던 곳과 동일한 방식으로 도시도 건립했다. 대표적 예가 ‘시르캅Sir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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