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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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면을 유심히 살펴
들어가 보면, 신행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상징하는 여러 도상들
로 가득 차있다. 산신의 불자를 들
고 있는 동자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호리병(사진 11)은 자손이 영원히 끊
이지 않음을 상징하며, 둥근 접시에
받쳐 들고 있는 천도는 오랜 젊음을
표현한다. 동녀가 들고 있는 석류는
다자多子를 뜻하며 달리 부귀화富貴
花인 모란꽃 가지를 들고 있기도 한
다. 나한이나 산신의 곁에 있는 영
수靈獸나 호랑이를 돌보거나 함께
노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동
자도 있는데, 동자의 천진스러움이
사진 11. 통도사 산신도 동자 부분.
해침을 받지 않는 순수함을 가진 것
임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불화 속에 표현되는 동자는 아동이나 미성숙한 인간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
간형인 보살을 상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력에 의해 동자로 태어나
고, 원력으로 십주十住의 지위를 얻어 보살도를 실천하는 바라밀 행자가
바로 동자 즉 보살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동자 그림인 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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