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P. 139

성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교육,                수 없다는 인식은 근원적인 평등

            제도, 경제적 평등 등 사회적 환경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이 유학의 인仁과 도가의 자연

            하다(성악설-순자)는 두 가지 의미              무위自然無爲 사상이 불교가 도입
            를 동시에 지닌다. 그러나 궁극적               될 당시의 중국의 사상적 토대였

            으로 유학 사상은 가치적인 측면                다. 여기에 충격적으로 이질적인
            에서 모든 인간의 본래적 평등성                불교의 공空 사상이 등장하게 된

            및 본연적 도덕성을 확신하는 사                것이다. 이 공空은 도가의 무無와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순 임             혼동되어 격의불교가 등장하고 모

            금의 옷을 입고 순 임금의 말을 하              든 것은 허무하다는 허무주의(니힐
            고 순 임금과 같이 행동하면, 나는              리즘)로 오해되었고, 사람과 사람

            순 임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유학에서
              도가 사상의 핵심은 ‘자연무위               는 불교가 부자 관계, 군신 관계를

            自然無爲’ 사상이다. 인간은 만물,              인정하지 않는다[無父無君]고 비판
            즉 자연계의 다른 존재자들과 가                하였다. 인과 자연무위만을 알고

            치적인 측면에서 다르지 않고 하                있던 중국인들이 공 사상을 이해
            나로 연결되며, 그저 각자 자기 자              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신이 가지고 태어난 본성 그대로                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
            ‘스스로 그렇게[自然]’ 존재하는 것             을 것이다.

            뿐이라고 본다. 만물의 다양한 모
            습과 품성들은 도道를 모태로 하                  공空 사상

            여 저절로 생겨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뿐[道法自然], 그를 근거로                불교는 붓다가 보리수(사진) 아

            하여 만물을 차별적인 것으로 볼                래에서 얻은 깨달음과 그가 얻어



                                                                        137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