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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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오른쪽을 돌아보고, 혹은 남과 이야기하고, 혹은 글을 보
고, 혹은 글을 쓰고, 혹은 귀를 기울이고, 혹은 칼을 지고, 혹
은 어깨를 기대고, 혹은 근심하는 듯 머리를 떨어뜨리고, 혹
은 생각하는 듯하고, 혹은 기쁜 듯 코를 쳐들고 있다. 혹은 선
비 같고, 혹은 환관 같고, 혹은 아녀자 같고, 혹은 무사 같고,
혹은 병자 같고, 혹은 어린애 같고, 혹은 늙은이 같아서 천 명
이 모인 모임, 만명이 모인 저자처럼 제각각이다.”
(이옥 지음·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기고 엮음, 『完譯 李鈺全集』1, 휴머니스트, 2009)
송광사 나한전 오백나한상은
근래에 들어 모두 흰색으로 개채
改彩했지만 그 전에는 다양하게
채색이 되어 있었다. 나무로 조
성된 오백나한상은 이옥이 본 것
처럼 실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사진 11). 공양을 베풀면 16대
아라한과 여러 권속들이 감응해
여러 곳으로 나뉘어 다니며 갖가
지 모습을 나타내 시주자들에게
복을 준다는 나한의 모습이 현실
세계에 나툰 듯하다.
사진 11. 완주 송광사 나한전 오백나한상, 16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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