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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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처럼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사랑스럽다. 그리고 정형화되지 않은 익살

           스러움도 있다. 물고기가 바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생동감도 느껴진다.
             영국의 도예가인 버나드 리치는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조선 시

           대의 분청사기가 다 제시했으며 우리는 그것을 목표로 해 나아가야 한
           다.”고 말했다. 추상적이면서도 해학적이며 순수한 일상의 표현. 짧은 시

           기 가장 파격적으로 세상에 나왔던 것이 조선의 분청사기이다.
             분청사기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흙이 정제되지도 않았으며, 그것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하면서 그 모습
           이 자유롭고 파격적이다. 그동안 억제되었던 감정이나 정형화된 모양

           에서 탈출하여 맘껏 호기를 부린 듯한 느낌이다. 간혹 허세가 지나쳐
           웃음도 나오고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분청사기만의 멋이고 맛일 것

           이다.
             나도 ‘분청’이 좋아 여러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고 있다. 재미는 못 봤

           다. 솔직하게 나는 아직 끄달림 없는 자유가 부족한 것 같다. 마음이 그릇
           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제일 쉬운듯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분야이

           다. 서민적이고 수수하다고 하지만 분청에서 그런 멋이 자연스럽게 표현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찰나의 우연성이라고 말은 하지만 찰나에 귀얄을

           하거나 덤벙을 하거나 철화로 대담하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실 오랜
           기간 수련과 공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도 꾸준한 수행이 뒷받침

           되어 내재된 응축된 힘이 있어야 단숨에 표현을 하더라도 ‘멋있다’가 나오
           는 것이다.

             한 때는 길을 걷다가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흰 흙만 보면 저거로 분청
           만들면 되겠다 싶어 흙을 퍼와 수비해 분청을 만들곤 했다. 또 집 뒤에 목

           장을 산책하다가도 노란 흙이 보이면 퍼와 노란 분청을 만들어보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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