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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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회청回靑은 귀하기가 금보다도 더했다. 그래서 그보다 좀 더 구하기 쉬
웠던 철화鐵畵백자와 아무 무늬가 없는 순백자도 많이 만들어졌다. 순백
의 장식은 매우 절제되어 있고 최소한의 장식으로 최대한의 권위와 특징
을 미감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도자기 작업을 하면서 이 흙 저 흙을 써보면서 느끼는 것은 기능성에
서도 백자는 단연 으뜸이다. 단단해 잘 깨지지 않고 물이 배이지도 않아
식기로 쓰기에도 적당하다. 백토는 가장 오래된 흙이라 그만큼 안정성이
뛰어나다. 우리가 부르는 카오린(고령토)은 백토의 중국식 이름이다. 중국
의 카오링산에서 백토가 많이 나오며 고유명사화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는 하동, 산청, 합천 등지에 카오린 광맥이 뻗어 있는데 지금은 질 좋은
흙이 많이 고갈된 상태다.
언젠가 경기도자박물관 학예사가 내게 분원관요가 해산되면서 도공들
이 백토를 찾아 전국 각지로 흩어졌는데 내가 살고 있는 서산으로 많이
내려 왔다고 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백토가 나는 곳이 많았으며 가야산
주변에 많은 가마터가 있었다. 도자기 파편들(사진 2)이 굴러다니는 것을
몇 점 살펴보면 백토와 유약이 굉장히 순수하고 맑았다.
그런데 겉으로 봐서 희다고 모두 백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이
곳에 가마를 짓고 흙을 찾아다닐 때 하얀 흙이 산처럼 쌓여 급한 마음에
장비를 동원해 흙 몇 차를 산적이 있다. 실험을 해보니 흙으로 쓰는 소지
로나 유약으로나 별 재미가 없는 흙이었다. 지금은 처치곤란으로 쌓여 있
을 뿐이다.
도예가들에게 알맞는 흙을 찾는 것은 자신만의 재산을 갖는 것과 같
다. 그중에서 최고의 가치는 단연 백토다. 순수하게 철분이나 불순물 없
는 흙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 집 주변에도 예전에 가마가 많았고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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