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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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 친필 원고.
아님이 없으며, 산과 강이 미묘한 무정설법을 설하고, 새와 짐승이 무한한
행복을 노래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하여 선인 악인 모두 부처님 모습이고,
청탁의 물은 자비의 줄기고 훈훈한 춘풍이 충만한 법계이다. 이와 같이 모
든 대립과 갈등이 소멸되고 본래로 가장 안락하고 행복한 세계, 이는 모든
생명을 축복하고 보듬는데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성철 스님은 설하고 있다.
선과 악, 사탄과 부처, 시비는 허황된 분별일 뿐 본모습은 조금도 다르
지 않다는 것이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다. 죄의 유무나 지위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사람 그 자체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임을 일갈하였다. 스님의 이러한 생명존중사상은 만물이 대립의 관계
가 아니라 서로 자신의 삶의 영역을 확보하고 공존하는 상생의 관계임을
강조하는 신년 법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붉은 해가 푸른 허공에 빛나
험준한 산과 아름다운 꽃밭을 골고루 비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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