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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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른 것이 나타난 것인데, 그것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마음의 착각이
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경外境과 의식意識의 두 가지 형상形相(모습)은 없다. 푸른색 등의
경境을 가까이 하지 않은 때의 유리와 같은 식識 자신이 스스로 드러낸 본
질(본성)을 구비한 밝음 이외, 다른 밝음은 영원히 외경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유리 덩어리가 푸른색 등의 색과 가까이 놓이면 푸른색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리 자체가 푸른색 등의 색깔과 같은 본성으
로 변하거나, 색깔 자체가 유리의 본성으로 변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없
다. 그렇지 않다면 유리 덩어리가 색깔이거나 색깔이 유리 덩어리가 되는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식識 역시 땅[土] 등의 색色(형체)과 가까
워지면 식이 색의 모습으로 태어나는(변하는) 것이지, 식識 자체가 색色의 본
성으로 변하거나 색色 자체가 식의 본성으로 변하는 두 가지는 절대 아니
다. 그렇지 않다면 땅[土] 등이 마음을 가진 것으로 변하거나 마음이 땅 등
처럼 마음이 없어지는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들은 [『중관심론』
의 주석서인] 『사택염』에 설명되어 있다. [찾아서 고려해야 될] 근거가 많은 것 같
아 쓰지는 않는다. 이 구절에 이어 [청변 논사는] ‘구소연俱所緣 결정決定의 특
71)
72)
징[기호]’ 을 비판하는 방식과 ‘유식파의 바른 지각과 과보의 원리’ 를 비
판하는 방식 등을 설명하는데, 상세한 것은 그 책을 보도록 하라.
유식파는 또 말한다: “[중관파] 그대들이 유식파의 이취理趣를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붓다의 말씀이 담긴 경전에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 이라
73)
71) lhan cig dmigs nges kyi rtags.
72) sems tsam pa’i tshad ’bras kyi rnam bzhag.
73) 『십지경十地經』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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