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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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는 있지만 정작 제대로 써보지는 않았다. 이 기회에 나만의 발우공
양을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불교에서 음식은 생명의 원천이자 수행의 조건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정
해진 시간에 바르게 먹는 것이다. 따라서 발우 공양은 정해진 식으로 진행
이 되며, 완전한 자연의 밥상을 추구해왔다. 간혹 저렇게 먹으면 영양이 부
족하지는 않을까 하고 의아해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국만으로도 조화로운 영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나 유목민들
의 음식은 굉장히 간소해서 보리 가루에 버터차 정도로도 부족함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소박한 밥상은 깨끗한 자연의 재료로 여러 가지를 섞지
않은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이고, 정갈하고 아름다운 품격이 있는 것이다. 내
가 지인들에게 도자기 발우를 써보라고 주고나면, 음식이 귀하고 품격 있
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대접받는 느낌과 음식을 소중하게 먹게 된다는 그
런 후일담을 듣곤 했다. 발우에 대한 기록을 찾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직후 사대천왕四大天王이 각각 발우 한
개씩을 붓다에게 바쳤다. 처음에 금발우를 올렸으나 받지 아니
하였다. 은발우, 유리琉璃발우, 마노瑪瑙발우를 차례로 올렸으나
모두 거절하였다. 마지막으로 돌발우石鉢를 바치자 마침내 허락
하고 네 개의 발우를 포개어 한 벌로 만들었다.” (『본행경本行經』
「사왕헌발四王獻鉢」)
여기서 석발우는 와발우瓦鉢盂를 말한다. 성철 스님께서도 1947년 봉암사
결사에서 17개 항목의 ‘공주규약共住規約’을 정하고 철저히 지켜나갔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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