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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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송광사.
다고 나온다. 영가서기永嘉書記를 시작으로 환로宦路에 올랐던 그는 1254년
원오 국사 천영(圓梧國師天英, 1215-1286)에게 나아가 출가하였는데 이 무렵
고려는 어려운 격랑을 겪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수행자인 그에게
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그가 어려움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그의 「병중언
지病中言志」에 나온다.
일실엔 일이 없어 고요하니 一室靜無事
세상의 어지러움일랑 아랑곳하지 않네. 任他世亂離.
늙어지니 다시 게으르고 산만해져, 硏衰便瀨散
오랜 병에 유희도 달갑지 않다오. 病久謝遊嬉.
진한 차는 갈증을 없애주고 釅茗聊澆渴
향기로운 나물, 족히 배고픔을 없애주네. 香蔬足療飢.
이런 가운데 깊은 맛이 있는데도 箇中深有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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