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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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8호 | 『백일법문』 해설 88 무릇 크고 무거운 것은 활동성이
적고 정체되는 경향이 있다. 바람은
창공을 자유롭게 떠돌고, 시냇물은
대지를 휘돌아 드넓은 바다로 흘러간
경안輕安, 다. 하지만 크고 무거운 돌은 늘 그
마음에 날개를 달기 자리에 정체되어 있다. 물결 따라 굴
러가는 모래와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정체된 바위에는 이끼와 먼지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
가 끼는 법이다. 『금강경』에서 ‘머물지
않는 마음[無住心]’을 강조하는 것도
사람의 마음도 정체하면 번뇌의 이끼
가 끼고 병이 되기 때문이다.
무겁고 처지는 마음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마
음이 무겁다’라거나 ‘침울沈鬱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감정이 상하거나
걱정 근심이 생기면 마음이 무거워지
기 때문이다. 무거운 돌이 수면 아래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 로 가라앉듯이 마음도 무거워지면
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
침잠하고 가라앉는다. 그 때 마음은
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
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마치 돌덩이에 짓눌린 것 같이 가슴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이 답답해진다. 자연히 일에 대한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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