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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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쁨, 아는 이가 없구려.                      且喜沒人知.


             윗글은 『위씨대동보』의 「지장록誌狀錄」에 수록된 시이다. 세상이 어지러

           워도 수행자가 머무는 곳에는 인위적으로 일을 만들지 않기에 고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갈증을 씻어주는 차가 있음에랴! 그러므로 그도 고려 후기
           의 승려들처럼 차를 즐기며 수행했던 수행자임이 분명한 셈이다. 더구나
           「원감국사가송圓鑑國師歌頌」에는 차와 관련된 다시茶詩가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승으로 칭송하여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그의 다시茶詩

           중에는 고려 무신정권기에 권력을 장악했던 최이가 차와 향을 보냈기에 이
           에 감사하며 지은 시있다. 「최이崔怡가 차와 향, 시를 보낸 것에 감사하며
           [謝崔怡送茶香韻]」이다.




                여윈 학이 소나무 위에 걸린 달 곁에 잠잠히 서 있고
                瘦鶴靜翹松頂月
                한가한 구름, 고갯마루 바람을 가벼이 따르네.

                閒雲輕逐嶺頭風.

                개중에 면목은 천리 밖에서도 한 가지리니
                箇中面目同千里
                무엇하러 새삼스레 편지를 보내랴?

                何更新飜語一通?


             수행자의 담담한 경지를 나타냈는데, 그와 최이(崔怡, ?-1249)와의 관계
           를 알려줄 자료이기도 하다. 최이가 보낸 사자가 답신을 재촉하기에 이 시

           를 지어 회신을 대신한 것이니 이런 상황을 자세히 밝힌 것이 「최이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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