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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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감국사에게 차를 보
낸 금장 대선사가 누구인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증갱차曾坑茶
를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증갱차는 어떤
차일까. 증갱은 지명이다.
송대 황실의 공납차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던
사진 4. 청자양각모란당초문완 내면. 고려 12세기.
북원北苑차 중에서도 증 높이 6.1cm. 지름 15.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갱에서 생산되는 차를 최
고로 쳤다. 증갱차는 정배正焙라 부른다. 그래서 원감 국사도 증갱차를 받
고 “자애로운 선물에 놀라 햇차를 다린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13세기 당시의 고려는 귀품의 단차(사진 3)를 즐겼다. “평소에는
가루차만 마셨는데[平生只見膏油面]”라는 구절은 이를 표현한 것이다. 향기
롭고 단맛의 여운이 오래도록 입속에서 감돌던 증갱차이기에 원감 국사도
놀라워했음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 보인다. 송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소식(蘇
軾, 1036-1101)도 증갱차를 극찬했다. 그가 “한 줌의 증갱차/ 제후에게 공납
되는 차이라[曾坑一掬春/ 紫饼供千家]”라고 읊은 것은 소식의 과장이 아니었
다. 담백하고 무소유의 기풍을 지닌 원감국사도 좋은 차에 대한 열망은 컸
던 것 같다. 차에 매료된 이들의 언설言說에는 지나쳐 보이지만 순박한, 그
러면서 향기로운 여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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