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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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것은 2점 정도가 알려져 있다. 19·20세기에 조성된 것도 상당수
남아 있다.
감로탱화<사진 1>의 대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중앙에 고통 받는 고
혼의 상징으로 아귀가 있고 그 아귀에게 성찬聖饌, 즉 감로를 베푸는 의식
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제단祭壇의 향向 왼편에는 법회를 주재하는 스님
을 비롯하여 범패梵唄 하는 스님과 북을 치고 바라춤을 추는 스님이 있으
며 법회 장면 좌우 주변에는 왕후장상王候將相과 함께 비구, 비구니들도 참
여하고 있다. 그 아래에 중생의 여러 가지 죽는 장면들이 풍속도처럼 그려
져 있다. 즉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蓄生, 아수라阿修羅, 사람[人], 천天의
욕계欲界가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있다. 생사윤회生死輪廻하는 욕계의 육
도중생六道衆生들에게 ‘시아귀施餓鬼 의식’을 거행하면, 아귀만이 아니라 욕
계의 모든 망령들이 극락왕생 혹은 불佛의 세계인 해탈解脫의 경지로 인도
되는 단계적 상승과정이 전 화면에 가득히 그려져 있다. 그래서 상단에는
아미타 여래를 비롯한 칠여래七如來와 관음, 지장, 인로왕 보살 등 영혼을
구제하는 불보살들이 모두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감로탱에 범패 즉 범음범패의 장면이 나타나
있어 주목된다. ‘범음’은 여래의 덕상을 말하는 32상 가운데 하나인 부처님
의 음성을 말하며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범
패는 부처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라는 말이며 그 방법으로는 부처님의
공덕을 직접 찬탄하기도 하고 또는 불제자인 조사들의 어구語句에 곡을 붙
여 찬탄 기도하는 음성공양인 것이다. 범패는 세속의 음악이나 춤과는 달
리 복잡다단한 외연外緣을 끊게 하고 분주한 내심內心을 가라앉히는 공능
이 있다하여 ‘지단지식止斷止息’이라고도 한다. 곧 수행의 일환인 것이다. 이
범패와 작법을 ‘어산漁山’이라 하고 범패의 대가를 ‘어장魚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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