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P. 93
사진 2.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금강 역사, 간다라(1-2세기), 독일 베를린인도박물관.
표적인 예이다. 화면 오른쪽에는 물주머니가 걸린 삼각대가 놓여 있고 선
정에 든 수밧다가 앉아 있다. 수밧다의 머리에는 바라문 수행자였음을 의
미하는 머리카락이 일부 남아 있다.
고개를 숙인 금강 역사는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
고 있다. 곱슬머리의 한 남성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가슴에 댄 채 하늘
을 우러러 “이제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야 할까요?”라며 탄식하고 있다. 화
면 왼쪽 끝에는 금강저를 땅에 버리고 주저앉은 금강 역사를 제석천이 일
으켜 세우며 위로하고 있다.
부처님의 열반을 애도하는 다섯 명의 인물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표
현되어 있다. 스승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먼저 죽음을 선
택한 수밧다는 처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황망하게 부처님의 열반을 접
한 금강 역사와 또 한명의 인물은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처럼 슬퍼하고 있
다. 애도에 잠긴 금강 역사를 일으켜 세우는 제석천은 수닷다처럼 이성을
찾은 모습이다.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금강 역사는 열반에 든 부처님을 두고 그 곁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