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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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조오도 옛 선인들이 와카에서 와비를 노래했지만, 근자에는 와비의
뜻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감정적으로 쓸쓸하고 외롭다는 뜻이 아
니라 긍정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정직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깊이 삼가며 교만하지 않는 것, 이는 슈코의 마음의 글에서도 첫째로 다
루는 것이었다. 슈코가 아만과 아집을 버리는 것이 다도에서 가장 중요하
다고 하였던 것과 공통한다. 그러면 여기서 정직이란 무엇인가? 조오는 후
지와라 데이카의 시를 인용하여 정직을 말하였다.
일본의 10월에는 모든 신들이 모두 이즈모(시마네현)로 집합하여 총회를 가
지므로 이즈모 이외에는 신들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비의 신도 없는 10월의
교토에 비가 내리지 않는가. 후지와라 데이카는 이를 두고 ‘비신이 없는 교
토에 비가 내리는 것은 누구로부터인가?’라고 질문한다. 즉 인간에게는 거짓
이 있지만 대자연의 섭리는 거짓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대자연의 섭리
를 정직이라고 하며 과연 10월은 정직한 달이라고 노래하였던 것이다.
조오는 앞서 후지와라 데이카의 가론서를 읽고 다도의 진수를 깨우쳤
다고 했다. 그에게 다도를 진수를 깨우치게 해 준 후지와라 데이카의 와카
를 통해 정직의 의미를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정직이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여기서 정직이란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속일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로 성誠을 의미하며 이것이 다도에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조오는 설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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