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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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워진다[廣學多知 神識轉暗] .”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옛사람들도
말하기를 “도의 길은 날로 덜어 가고 학문의 길은 날로 더해 간다[爲道日損
5)
學爲日益]. ”고 했습니다. 참으로 깨치는 길은 한 생각 덜어서 자꾸자꾸 덜
어 나아가야 하고 학문을 하려면 자꾸자꾸 배워 나아가야 됩니다. 도道와
학學은 정반대의 처지에 서 있습니다. 듣고 보고 하는 것은 무심삼매를 성
취하는 데에서는 설비상雪砒霜과 같은 극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근본 목표인 대도大道를 성취하여 성불하는 데에서 이론과 문자는 장애물
이 되지 이로움을 주지 못합니다. “모든 지식과 언설을 다 버리고 오직 마
음을 한곳에 모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보리수 아
래에서 깨달음으로써 성불하였지 이론과 문자를 배워서 성불하였다는 소
리는 없습니다.
부처님이 무엇을 깨달았느냐 하면 중도中道를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
을 얻으려면 선정禪定을 닦아서, 곧 참선을 해서 무심삼매를 성취해야 됩
니다. 무심삼매를 거쳐 진여삼매에 들어가야 하는데, 하물며 망상이 죽 끓
듯 하는 데에서 어떻게 진여삼매를 성취하여 중도를 증득한 부처님의 경
계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교敎라는 팔만대장경은 무엇인
가? 그것은 약방문입니다. 약 처방이란 말입니다. 그것에 의지해서 그대로
약을 지어 먹어야 병이 낫습니다. 밥 이야기를 천 날이고 만 날이고 해봐
야 배부르지 않듯이, 약 처방 만을 천 날 만 날 외어 봐야 병은 낫지 않습
니다. 약을 직접 먹는 것이 실천하는 것이므로 선정을 닦는 좌선을 해야
됩니다. 부처님께서 평생 가르친 것이 이 좌선입니다. 지금도 저렇게 좌선
4) 『소실육문少室六門』(T48, 375b), “廣學多知無益 神識轉昏.” 다만 『소실육문』과 『달마혈맥론』 등에는 ‘暗’ 대
신 ‘昏’으로 표기되어 있다.
5)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제48장,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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