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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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그 노파가
“내 묻는 말에 대답하시면 떡을 드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떡을 드리지 않
겠습니다.”
고 하여 덕산 스님이 “그러자.”고 하였습니다. 노파가 물었습니다.
“지금 스님의 걸망 속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금강경소초』가 들어 있소.”
“그러면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는 말씀이 있는데 스님은 지금 어
느 마음에 점을 찍으려고 하십니까?”
‘점심點心 먹겠다’고 하는 말을 빌려 이렇게 교묘하게 질문한 것입니다.
이 돌연한 질문에 덕산 스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지금까
지 그렇게도 『금강경』을 거꾸로 외고 모로 외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
했는데 이 떡장수 노파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래
서 노파에게 물었습니다.
“이 근방에 큰스님이 어디 계십니까?”
“이리로 가면 용담원龍潭院에 숭신崇信 선사가 계십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곧 용담으로 숭신 선사를 찾아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용담龍潭이라는 말을 들었더니 지금 와서 보니 용龍도 없
고 못[潭]도 없구만요.”
“참으로 자네가 용담에 왔구먼.”
주금강은 또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용담 스님 밑에서 공부
를 하였는데, 하루는 밤이 깊도록 용담 스님 방에서 공부한 뒤에 자기 방
으로 돌아가려고 방문을 나섰다가 밖이 너무 어두워 방안으로 다시 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용담 스님이 초에 불을 켜서 주는데 덕산 스님이 받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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