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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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가 불타는 집이요
사생이 괴로움의 바다이다.
三界火宅
四生苦海.” 2)
라고 표현합니다. 삼계三界란 중생이 사는 이 우주 전체를 일컫는 말인데
이것을 불타는 집이라고 하고, 사생四生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일컫는 말
인데 그 전체가 괴로움의 바다라고 하였습니다. 곧 불타는 집에서 고생만
하고 사는 것이 인생 그 자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인생이란 이와
같이 태어나서 사는 동안에 고생만 하다가 끝내 죽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살다가 때에 따라서는 좋은 일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것일
뿐, 인생을 전체로서 볼 때는 괴로움의 연속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렇게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고, 그토록 괴로운 삶이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하여 살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덜 고
생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사람들은 이 고생스러운 삶 가운데서 좀더 행
복하게 살 길을 찾아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모든 것이 다 상대적이고 유한하여서 모순의 연
속입니다. 이러한 모순의 세계란 곧 투쟁의 세계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2) ‘삼계화택 사생고해’라는 표현이 완결된 문장으로 경전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출전에 등장
하는 문장을 스님께서 한 문장으로 결합한 것으로 보인이다. ‘三界火宅’이라는 표현은 『묘법연화경妙法
蓮華經』 (T9, 13b)을 비롯해 수많은 경전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四生苦海’라는 표현은 『대승유가금강성
해만수실리천비천발대교왕경大乘瑜伽金剛性海曼殊室利千臂千鉢大教王經』과 『건중정국속등록建中靖國續燈錄』이라
는 단 두 종의 문헌에만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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