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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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맹상군 호화코 부귀코야 맹상군만 하련마는
백년이 못 다하여 무덤 위에 밭을 가니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삼하리요.
3)
맹상군孟嘗君 은 중국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의 사람인데, 왕자王者로서
정승을 지낸 이로, 천하의 부귀와 영화를 한 몸에 지녔던 사람이라고 합니
다. 역사에서 가장 호화롭게 산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누구나 이구동성으
로 맹상군이라고 말할 만큼 참으로 세상의 행복을 누리며 산 사람의 표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맹상군도 백 년을 못 살고 일흔이 가까워서
죽고 말았습니다. 살았을 적의 그의 공명에 따라 장례를 후히 지내고 그 무
덤도 산과 같이 거창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것
이 덧없는 일에 지나지 않으니, 이제는 무덤 옆에 밭을 갈던 농부가 제 땅
을 넓히려고 맹상군 무덤 위에다가 밭을 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인생이 얼마나 허망하고 허무한 것인지 실감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온갖 영화를 다 누리며 호화롭게 살던 맹상군도 그러한
데 하물며 특별히 두드러진 것 없이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말
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4. 진시황 그 유명한 진시황(秦始皇, 기원전 259-210)의 경우는 또 어떠한
지 봅시다. 그는 춘추전국 시대의 맹상군보다 후대의 사람으로 6국六國을
3) 맹상군은 제나라 위왕威王의 막내아들 전영田嬰의 서자로 태어나 전국시대의 사군자 중 첫 번째로 꼽히
는 인물이 되었다. 부친으로부터 빈객을 접대하는 일을 위임받은 맹상군은 수많은 식객들을 융숭히 대
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사람대접하기 좋아하고, 사람들을 모아 큰일을 도모하려는 사람
들을 맹상군에 비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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