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P. 24

보내어 삼신산의 불사초를 캐오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서씨의 생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그는 진시황이 호사가 넘치
           다 보니 사람의 힘으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공연한 짓을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요堯나라의 팽조彭祖가 팔백 년을 살았지만 끝내 죽고 말았는

           데 자기가 살면 얼마나 살 것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한 그는, 영원히 살고 싶
           어하는 욕망에 집착한 진시황의 약점을 이용하여, 처녀 총각 육천 명을 데
           리고 저 바다 가운데 좋은 섬에 가서 자기의 왕국을 하나 만들어 잘 살아

           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리하

           여 만든 나라가 일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쪽, 남해 금산 밑에
           가면 바위에 ‘서씨각徐氏刻’이라는 것이 있는데, 서씨가 중국을 출발해서 남
           해 앞을 지나갔을 것으로 추측되는 기록이 현재 남아 있습니다.

             어찌하였든 서씨는 그렇게 처녀 총각 육천 명을 배에 싣고 제 갈 길로 가

           버렸고, 이를 알 리가 없는 진시황은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불사초를 구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결국 진시황은 자기가 서씨에게 속은 것을 알고 원통
           해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습니다. 제아무리 진시황이라도 다가오는 죽

           음의 순간은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시황은 죽어도 그냥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서, 죽고 난 뒤에 자기의 무덤을 생전의 아방궁처럼
           꾸미도록 엄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여산驪山에
           터널을 뚫고 산 밑의 흙을 다 파내고 지하 궁궐을 짓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죽은 뒤에도 음식을 차려놓고, 궁녀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게 생긴 궁녀 삼

           천 명을 뽑아 언제든지 자기 옆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자기의 무덤이 있는
           방을 지킬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진시황이 죽고 난 뒤에 신하들은 그의 명
           령대로 궁녀 삼천 명을 뽑아 묘를 지키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밖으

           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봉해 버렸습니다.



           22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