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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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벌하고 중국 천하를 통일하여 진秦나라 대제국을 건설한 만고의 영웅 가
            운데 영웅입니다. 그가 천하를 통일하고 보니 모든 것이 자기 것으로 보였
            습니다. 그래서 천하의 좋은 물건, 좋은 음식, 좋은 옷, 미인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자기가 거처하는 궁궐을 지어 아방궁阿房宮이라

            불렀는데 집의 길이가 무려 칠백 리에 뻗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한양의 궁
            궐 둘레가 사십 리라고 하니 진시황의 궁궐 둘레는 천 리가 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뒷날 항우項羽라는 장사가 나타나서 진나라를 패망시키고 아

            방궁을 불태우는 데 석 달 동안이나 탔다고 합니다. 집이 다 타는 데에 석

            달이나 걸렸으니 아방궁의 크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시황이 그렇듯 천하를 자기 것으로 하여 호사스럽게 살면서도 딱 한 가
            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자기 목숨이지만 이것만큼은 자신의

            권세로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늘고, 기운은 자꾸 쇠약해져서
            마침내는 죽고 말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천하
            에 영令을 내려 죽지 않는 불사약不死藥을 구해 오는 사람에게는 수만금의

            상금을 주고 벼슬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얼마 뒤에 서시(徐市=徐福)라는 사람이 나타나 진시황에게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아가면 바다 가운데 삼신산三
            神山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불사초라고 하는 약초를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

            는다고 합니다.” 진시황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그 약초를 캐오는 데

            에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서씨가 대답하기를 “동남동녀童男
            童女 각 삼천 명과 그들을 싣고 갈 배만 준비해 주시면 가서 불사초를 구해
            오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진시황은 곧 영을 내려, 서씨의 요구대로 동

            남동녀 각 삼천 명과 그들이 먹을 식량과 의복 따위를 수십 척의 배에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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