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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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여 있는 큰 주춧돌들과 축대를 보면 그 규모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 1).
진전사 삼층석탑은 높이 5미터로 화강석으로 만든 것인데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이 세워져 있다. 통일신라 9세기 때의 석탑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형태에서도 손상된 것이 거의 없이 완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탑신의 4면에는 부처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2단의 기단에는
사면에 비천상飛天像과 불교의 호법신인 팔부신중八部神衆, 즉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
가摩睺羅迦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국보인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형
적인 석탑으로서 세련된 모양과 조각, 그리고 균형미가 뛰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사진 2). 이 구역의 발굴 결과에 의하면,
금당지로 추정되는 곳에 정면 5칸, 측면 4칸의 건물지가 확인되면서 통일
신라 후기 선종의 영향을 받은 가람배치 형식인 ‘1탑 1금당’식에 따른 것으
로 밝혀졌다. 도의선사 부도탑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石造 부도
탑으로 인정되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사진 3).
당우들이 들어선 사찰과는 달리 폐사지를 걷다보면 주위의 옛 풍광이 그
대로 있는 것 같아 시간이란 인간이 말들어낸 개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
고, 공적空寂의 공간에서 나라는 존재도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도
작은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으며, 궁극에는 공한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진전사는 통일신라시대인 821년, 헌덕왕(憲德王 13) 때에 도의 선사가 당
나라에서 선종 역사상 ‘마조선’馬祖禪이라는 이름으로 큰 획을 그은 대적선
사大寂禪師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의 제자인 서당지장(西堂智藏, 735-
814)에게서 불법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이 절에 주석하면서 경전보다 참선
을 위주로 수행하는 남종선南宗禪을 한반도에 최초로 전래한 곳이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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