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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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법[一法]
초기경전에는 ‘하나의 법(eka-dhamma, 一法)’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표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명칭nāma, 마음citta, 갈애taṇhā, 열반nibbāna
등이다. 이처럼 한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법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일
법一法이라는 법수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일법이라는 법수는 숫자별 모
음집인 『앙굿따라 니까야』에 수록되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
했듯이 『상윳따 니까야』가 먼저 편집되었기 때문에 『상윳따 니까야』에 수
록되었다.
일법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이 ‘명칭nāma’이다. 『상윳따 니
까야』의 「나마 숫따(Nāma-sutta, 名稱經」(SN1:61)에 의하면, 어떤 천신이 붓
다에게 “무엇이 모든 것을 이기고, 무엇이 그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며, 어
떤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붓다는 “이
름(명칭)이 모든 것을 이기고, 이름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며, 이름이라는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답변했다.(SN.Ⅰ.39)
주석서에 따르면, ‘이름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
이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든 명칭을 떠나서는 중생이든 현상이든 존
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무나 돌에 대해서도 사람
들은 ‘이름 없는 것(annāmaka)’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것을 부른다.”(SA.Ⅱ.95)
사람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이름(명칭)을 부여
하여 다른 것과 구별한다. 한번 부여한 이름은 고유한 개념이나 정체성으
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확립된 개념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한다. 이른바
‘고정 관념’으로 정착하게 된다. 한번 고착화 된 고정 관념은 특별한 경우
를 제외하고 그대로 지속된다. 이 때문에 이름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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