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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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그러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붓다는 ‘이름’이라는 하나의 법이 모
든 것을 지배한다고 천명했던 것이다. 이처럼 붓다가 이름에 특별한 의미
를 부여한 것은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유명론(唯名論, nominalism)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편 「찟따 숫따(Citta-sutta, 心經)」(SN1:62)에서는 ‘마음’을 하나의 법이라
고 설하고 있다. 천신이 붓다에게 “무엇이 세상을 이끌고, 무엇에 의해 끌
려 다닙니까? 어떤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까?”라고 물었다. 붓다
는 천신에게 “세상은 마음이 이끌고, 마음이라는 하나의 법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된다고 답변했다.(SN.Ⅰ.39)
주석서에 의하면 ‘모든 것이 지배된다’는 것은 마음의 지배하에 들어갔
다는 뜻이다. 즉 철저하게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상을 철
저하게 알지 못하는 자들은 완전히 마음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오온五
蘊을 철저하게 알아서 번뇌를 제거한 자들은 마음의 지배하에 들어가지 않
는다. 오히려 마음이 그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SA.Ⅰ.95)
「찟따 숫따」에서 ‘세상은 마음이 이끌고’라고 한 대목은 마음먹기에 따라
각 개인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마빠다(Dhammapada, 法
句經)』의 제1게와 제2게에서 붓다는 모든 행위는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모든 일은 마음이 먼저 가고 마음이 가장 중요하며 마음
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것으로 말미
암아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또 “모든
일은 마음이 먼저 가고 마음이 가장 중요하며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선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행복이 그를 따른
다. 떠나지 않는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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