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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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이룬다’는
            과제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최치원이 왕명을 받아 지은, 「진감선사비명眞鑑禪師碑銘」과 「지증대사적

            조탑비명智證大師寂照塔碑銘」을  보면,  이와  관련하여  그는  선종을  심학心

            學이라고 하고 최상승最上乘의 도로 덕德을 세우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사
            람들의 마음을 비우게 하여 궁극에는 신라라는 나라가 이롭게 되는 것이
            라고 본 것 같다. 불교가 개인 차원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는 권력과 결합하여 흥망

            성쇠를 거듭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와 권력이 밀착하였을 때
            생겨났던 엄청난 비극과 폐단을 경험한 끝에 오늘날 신정국가神政國家를 제
            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정교분리政敎分離를 헌법원리로 정하고 있다. 오늘날

            에도 동서양의 많은 종교인들이 자기 종교의 교세敎勢 확장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정치권력과 밀착하고 권력은 그들의 정치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것이 인간의 마음
            비움에 기여할 것 같지도 않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 것

            이라는 생각은 더 더욱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성철 스님이 나타나 정치권력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도 현실 권력과는 아예 인연을 끊고 수행자로 일로매진하며
            인간에게 보여준 모습이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 그 엄연

            한 사실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선불교

            가 개인의 평온에 머무는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진전사에서
            그 달고 맑은 ‘공’空 ‘기’氣를 마시고서도 폐사지를 거닐 듯 아직 이런 질문이
            나 하고 서성대고 있으니 이 또한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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