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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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둘러싼 불佛·유儒의 경쟁


              얼마 전 우연찮게 금강산이 금강산으로 불리게 된 과정을 차근차근 쫓

            아 정리한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읽은 글이었는데 사실

            글을 받아든 순간 묘한 반가움이 생겼다. 오랫동안 찾고자 했지만 게으름
            때문에 냉큼 찾아 나서지 못했던 것을 그 글을 읽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
            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하는 것에 가까운 내용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름 아

            닌 조선의 유자儒者들이 천하명산 금강산이 불교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불
            리는 것을 시샘했다는 내용을 발견한 것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전거를 밝
            힐 수 없을 만큼 가물거리지만 아주 오래전에 유자들이 금강산을 개골·풍

            악·설봉·봉래 등으로 부르는 이유가 불교에서 유래된 이름인 금강산으로

            부르길 싫어해 이칭異稱을 사용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어서였다.


              유자儒者들의 시각




              유자들이 명산을 주유하며 유산기遊山記를 남기는 전통은 시작이 언제
            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전통인데, 이러한 전통은 단순히 풍
            류를 즐기는 것을 넘어 자연친화적 공부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놀이와

            공부를 모두 산에서 하는 것을 즐겼던 것이다. 신유학新儒學이라는 성리

            학性理學을 공부한 유자들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불교를 무군무부無君無
            父와 무위도식無爲徒食의 종교라고 보았는데, 이러한 인식은 성리학이 고려
            에서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한 시기의 사회상과 연관 지어 보면 당연한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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