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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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표훈사 능파루(국립중앙박물관).

            파란 이름에서부터 불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유자들의 풍류 아니, 오히려

            유흥의 의미가 농후한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이름은

            사찰에서 지었을까? 전국적으로 능파란 이름이 들어간 사찰 건축을 찾아
            보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놀랍다.
              이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이름으로 침계枕溪도 있다. 송광사와 대흥사

            는 사역 앞에 작은 개울이 있고, 이 개울가에 문루가 배치되어 있다(사진

            4·5). 즉, 수변水邊공간의 건축계획에 적합한 입지를 하고 있어 문루도 그
            렇게 짓고 이름도 ‘계류를 베고 있다.’는 의미로 침계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사찰 문루에 비非불교적 성격의 이름이 많은 이유는 이미 짐작

            했겠지만 당시 불유佛儒 간의 관계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자

            들의 불교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자들의 입장에서 사찰은 쉬
            며 공부하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점잖은 표현도 가능하지만,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술 마시고 노는 공간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많

            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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