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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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해인사 구광루 시판詩板.
적인 사례는 봉화 청량산으로 주세붕이 불교적 이름으로 불리던 봉우리들
을 중국의 명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고쳐 불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자들
의 의지는 광범위한 현상이었지만 지금도 불교식으로 불리는 산 이름이 많
은 것을 보면 노력만큼 실효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후기가 되면서 승려들도 유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그
들처럼 유람하고, 생전의 글을 모아 문집을 내는 등 닮아가는 경향이 생긴
다. 이러한 경향은 무군무부無君無父의 종교라는 비판에 대해 『부모은중경』
을 판각하여 유포하고, 국난 앞에서는 발 벗고 나서 충신임을 자처했듯이
성리학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열린 공간 문루
사찰은 원래 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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